한국 증시 비롯 아시아 각국 증시 영향받아 지수 하락, 바이든 대선캠프 '트럼프 강등' 지칭
간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코스피가 2610원 선까지 하락하고 달러가 한달 남짓 만에 1300원을 넘을 듯이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습니다. 이에 증시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이어졌습니다.
2일 코스피지수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 거래일(2667.07)보다 50.60포인트(1.90%) 하락한 2616.47에 장을 마쳤습니다. 0.58% 내린 2651.53에 출발한 지수는 점차 낙폭을 확대하며 내리막을 보였습니다.
개인은 7696억원어치를 사들인 반면에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54억원, 6853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939.67)보다 29.91포인트(3.18%) 내린 909.76에 거래를 종료했습니다. 0.90% 떨어진 931.17에 거래를 시작한 뒤 장중 상승 전환했으나 이내 상승분 모두 하락하였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268억원, 199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견인하였고, 개인만 5543억원 매수하였습니다.
간밤에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IDRs·장기외화표시발행자등급)을 가장 안전한 최상위 등급인 'AAA’에서 한 단계 아래인 'AA+’로 전격 강등한 영향입니다.
3대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12년 만입니다. 신용등급 하향 조정 배경에 대해 피치는 "앞으로 3년간 미국의 재정 악화, 국가 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 악화 등을 반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원·달러는 한달여 만에 1300원 턱밑까지 올랐습니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83.8) 보다 14.7원 오른 1298.5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은 아시아 각국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30%,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0.90%, 대만증시 가권지수는 1.85% 급락하여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만 미국 경제 성장세가 견고한 만큼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증시와 환율이 일시적으로 출렁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추세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미 옐런 재무부 장관 "피치의 결정에 강하게 반대, 부당한 결정"
한편 이번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조치에 대해 미국 바이든 정부가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른바 '바이드노믹스'를 앞세워 재선 도전에 나선 상황에서 신용등급 강등 조치가 나오자 전임 트럼프 정부의 책임과 피치의 평가 시스템을 문제 삼고 있는 모습입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맥클린의 국세청(IRS)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피치의 결정에 강하게 반대하며 전적으로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피치의 오류가 있는 평가는 오래된 데이터에 기반했으며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지난 2년반 간의 거버넌스 등 관련 지표의 개선 상황을 반영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 CNBC 방송 등이 보도했습니다.
그는 "피치의 결정은 우리가 미국에서 경험하는 강력한 경제에 비춰볼 때 당혹스럽다"면서 "피치의 결정은 미국 국채가 세계 최고의 안전자산이고 미국 경제가 근본적으로 강력하다는 사실을 바꾸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옐런 장관은 전날 피치의 강등 결정 직후에도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에 대해 "자의적"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피치의 정량평가 모델이 트럼프 정부 때인 지난 2018~2020년 현저하게 하락했다가 바이든 정부에서는 개선됐는데 이런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케빈 무노스 바이든 대선 캠프 대변인은 아예 이번 강등을 '트럼프 강등'으로 지칭했습니다.
그는 NBC 방송 등에 "이번 '트럼프 등급 강등'은 극단적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슬로건) 공화당 어젠다의 직접적 결과"라면서 "도널드 트럼프는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했으며,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재앙적 감세로 적자를 확대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또 피치가 등급 강등의 이유로 꼽은 부채한도 협상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감수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거론했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이런 고강도 반발은 피치 결정에 따른 경제적 영향과 함께 정치적 파장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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