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
로마 (2016)
Roma
장르 - 드라마
감독 / 각본 - 알폰소 쿠아론
출연 - 얄리차 아파리시오, 마리나 데타비라 외
음악 - 코메일 S. 호세이니
수상 - 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황금사자상), 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 72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외국어 영화상, 감독상) 외
2018년 개봉(넷플릭스) 멕시코 영화
흑백 영화
그래비티, 칠드런 오브 맨 등의 감독 알폰소 쿠아론의 영화
알폰소 쿠아론의 평생 프로젝트 중 하나
중산층에서 태어나 보모와 같이 자라다 아버지가 떠나갔던, 알폰소 쿠아론의 자전적 이야기
시놉시스
"죽는 것도 나쁘지 않네"
1970년대 멕시코시티의 한 중산층 집안의 보모 '클레오'는 네 명의 아이들을 돌보며 집안일을 하고 있습니다. 밝은 아이들과 그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클레오와, 아이들의 어머니 '소피아'와 할머니 그리고 남편. 소피아의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는 외도를 하며 집을 나가버립니다. 클레오는 남자친구 페르민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고 그 사실을 알리자 페르민은 잠적합니다. 클레오와 소피아는 자신들의 삶을 받아들이고 서로 보듬어 주며 살아갑니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페르민에게 클레오는 폭력적 협박과 함께 문전 박대를 당하고, 할머니와 함께 태어날 아기의 침대를 보러 간 멕시코시티 시내에서 학생들의 민주화 시위를 폭력진압하던 페르민을 우연히 마주칩니다. 페르민은 클레오에게 총을 겨누고 클레오는 충격으로 양수가 터져 현장을 가까스로 뚫고 병원에 갔으나 태어난 아기는 숨을 쉬지 않습니다. 소피아는 힘들어하는 클레오를 데리고 아이들과 함께 바다로 여행을 떠납니다. 소피아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파도가 높은 바다에서 놀던 두 아이들이 파도에 휩쓸려 가자 클레오는 수영을 하지 못하지만 뛰어들어 가까스로 두 아이를 구합니다. 뒤늦게 소피아가 달려와 아이들과 클레오와 함께 끌어안습니다. 그 순간 그들 앞에서 처음으로 태어나자마자 떠나보낸 아이에 대해 말하며 감정을 드러내고 그들은 다 같이 눈물을 흘립니다. 집으로 돌아간 가족과 클레오는 다시 주어진 삶을, '일상'을 살아갑니다.
클레오
주인공 '클레오'는 감독 알폰소 쿠아론의 2002년 작 ‘이 투 마마’에서 주인공 테녹의 유모를 연기했던 인물 ‘리보리아’를 기반으로 했습니다. 알폰소 쿠아론은 그녀에게 몇 주간 끊임없이 질문하고 기록했습니다. 그녀의 기억 속으로 아주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아주 세세한 것까지 일일이 메모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떻게 앉는지, 그다음은 무엇을 요리하는지 등 세세히 질문하고 메모했습니다. 리보는 아주 협조적이었고 신기해했습니다. 그렇게 담담하지만 아주 강한 여성 '클레오'가 탄생했습니다.
총평 - 알폰소 쿠아론의 평생 프로젝트
알폰소 쿠아론의 영화[로마]는 윤곽을 잡는 데에만 몇 년이 걸렸습니다. 감독 본인조차도 기억을 더듬어가며 어디서 시작됐는지 언제 구상했는지도 잊었을 정도로 오랜 기간 준비했습니다.
이 작품은 알폰소 쿠아론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이며 애초부터 대본 없이 시작하였습니다. 쓸 생각 자체가 없었습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추억에서 감각에 관한 부분만 되살리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하여 어떤 일화나 사건에 대한 부분 만이 아니라 세세한 부분까지도 메모를 해왔습니다.
알폰소 쿠아론은 영화제작을 위해 연구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칠드런 오브 맨' 은 여러 학자들의 저서를 통한 매우 심층적 연구를 병행하였고, '그래비티'는 무중력 상태에서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춰 엄청난 연구를 병행했습니다.
그러나 '로마'는 전적으로 쿠아론 본인의 기억을 기반으로 제작했습니다. 기억해 낼 수 있는 세부적인 것들까지 최대한 꺼내서 영화에 담으려 했습니다. 영화 속 가구들마저 실제 감독 가족이 쓰던 것의 70~80%는 가져와 사용했을 정도였습니다. 구할 수 없는 것들은 복원 제작하였고, 의상 미술 세트 모두 기억을 기반으로 제작하였습니다. 어떤 장면을 연출할 때는 시공간에 대한 생생한 느낌, 기억하는 냄새까지 담아내고 싶어 했습니다.
알폰소 쿠아론의 이전 작 대본들에는 서술이 정말 많은데, 이것을 그는 ‘서술의 배관 공사’라 부릅니다. 이야기 구조를 짜서 정보의 흐름을 구상하고 각 인물들 간의 드라마적인 무게를 설정하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로마는 달랐습니다. 담고자 하는 순간부터 먼저 정하고 그 순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갔습니다.
물론 상징적 요소도 존재했습니다.
영화 도입부는 바닥을 찍은 숏으로 시작하는데 마지막 숏은 하늘을 담았습니다.
바닥 숏을 보면 하늘이 반사되어 있습니다. 때마침 비행기가 지나가는가는데 쿠아론은 이것을 또 다른 세계 혹은 '금속 덩이'로 이야기했습니다. 바닥에 반사된 하늘은 점차 선명해져서 바닥보다도 더 실제 같은 느낌이 나도록 촬영했습니다. 현실을 상징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는 배우들에게 대본을 주지 않았습니다. 각 배우들에게 촬영 직전 개별적 설명을 했고 리허설은 최소화하였습니다. 좋은 순간을 아껴두기 위하여.
단역배우 부분도 쉽지 않았습니다. ’500명을 동원해야 해’식의 간단한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우선 단역 배우를 많이 데려온 후에 차에 타고 있을 사람, 인도에 있을 사람 식으로 동선도 미리 정했습니다. 그 후에 인구 통계 분석마저 했습니다. 남녀 비율에 대한 단순 분석만이 아니라 특정 사회 계층에서 몇 명이 나올지도 계산했고, 각 사회 계층의 인종 분포까지도 고려했습니다. 큰 종이에 단역배우들의 사진을 붙여두고 하나하나 결정했습니다.
이 작품은 알폰소 쿠아론이 다른 영화를 참조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첫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단 한 번이라도 다른 영화를 참조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실제로 어느 한 장면은 미술감독과 자신 또한 마음에 들었지만 어디서 보고 한 것처럼 느껴져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각 장면을 준비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그가 추구한 건 완벽하거나 이상적인 타이밍이 아니라 배우들을 통해 실제 삶의 현실적인 타이밍을 담고 싶었습니다.
어떤 해석을 담고 이에 따라 롱테이크를 찍지 않았고, 반복해서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여러 테이크를 찍지도 않았습니다. 장면의 연속성 유지를 위하여 애쓰거나 예비 숏을 찍지도 않았습니다. 첫 번째 해석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계속되는 변화와 끊임없는 새로움을 시도했습니다.
그가 정말 담고 싶었던 건 '진실의 순간' 이었습니다.
필자는 이 영화를 통해 다른 시대의 어느 한 가족과 여성의 삶, 그리고 '일상'을 보았습니다.
'버려진 장면이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치밀하고 세세하게 보여준 시대와 그들의 일상.
조심스럽지만, 이보다 현실적으로 강력한 여성을 그려낸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필자에게는 '클레오'와 '소피아'가 강하고 멋진 여성이었습니다.
특정한 시공간 속 한 개인의 추억이 보여주는 일상의 예술.
경험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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